드라마 '신입사원'과 취업 환타지
좋은기사 모음2010. 11. 20. 21:58
드라마 '신입사원'에서 강호(에릭 분)에 대해 사람들은 학점, 영어점수, 학력이 모두 부족한 그가 작은 기업에서도 서류 전형에 통과도 못할 것이라는 힐난 섞인 말만 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우연과 미묘한 조직 심리에 힘입어 LK라는 세계적인 기업에 합격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LK가 엄청난 기업이라는 바람잡이가 이루어진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기업에 변변하게 내세울 것이 없는 이가 합격한다는 것, 현실을 고려한다면 이것은 하나의 환타지에 가깝다. 누구나 바라는 일이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드라마의 기획 전략중 하나는 갈수록 굳어져가는 한국의 신분 구조와 취업난의 반영이었을 듯싶다.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대중심리를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 핵심은 환타지와 현실을 구분할 수 있으면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신입사원'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기업 인력 채용과 운영의 딜레마를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주기도 한다.
잠시 딱딱한 이야기를 해야 '신입사원'의 의미와 맥락이 닿을 듯 싶다. 기업 인력 운용에는 두 가지 딜레마가 있다. 초창기에는 개인의 능력이나 개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사업이 풀리고 조직이 커지면 개인의 능력이나 개성보다는 조직 관계가 중요해진다.
따라서 창의성과 능력 있는 이들은 제 기량을 펼치기 힘들어진다. 그런 사람들이 하나둘씩 떨어져나간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도 일어난다. 갈수록 기업은 창의성 있는 사업이나 프로젝트에 목말라 하고 조직은 삐걱거린다.
그래서 필요한 게 능력 있는 새로운 인력을 뽑는 채용이다. 그런데 기업이 번창하고 이름이 높을수록 경쟁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사람이 많이 몰려들면 아무나 뽑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좋은 사람을 뽑는다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떨어뜨려야 한다. 그래서 시험이 등장한다. 대개 서류전형-필기-면접 순이고 때에 따라서는 현장 실습이나 수습기간을 두어서 최종합격자를 가린다.
여기에서 제도적인 역설이 나타난다. 사람의 능력을 몇 가지 잣대로 분별하고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현재의 수준이 아니라 잠재적인 역량까지 알아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채용 시험은 객관적인 기준으로, 누가 보아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문제를 내거나 기준으로 가려야 한다. 그러다보니 학력, 학교성적, 어학시험 점수, 자격증과 같은 객관적인 것들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필기 시험이라는 것도 결국에는 단편적인 정보, 상식이나 기존의 지식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답이 명확해야 점수를 매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은 불확실성 속의 생산적 경영, 기업 이윤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을 위해 지원자들은 청춘의 대부분을 소비한다. 즉 주객이 전도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시험의 역설, 패러독스이다. 애지중지하는 것은 정작 중요한 경영 마인드나 프론티어, 창의성이 아니라 시험 통과 요건이 된다.
이것만을 위해 아까운 시간들을 낭비하고, 기업은 기업대로 좋은 사람들은 뽑지 못한다. '신입사원'의 에릭은 이러한 통과를 위한 제도적인 요소와 거리가 멀다.
현실에서 제도적인 통과 요건에 걸려 결국 창의력과 잠재력이 있는 사람들이 들어가 보지도 못하는 것이다. 학점이나 어학, 학벌을 빼고 맞장을 뜨자면 얼마든지 뜰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 못하니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의 한이 되었다. 드라마가 현실의 대리충족 기능을 한다면 이러한 한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결국 모두 서로 손해를 보는 불행한 일이 벌어진다. 기업에서 신입을 뽑기 위한 제도적인 요건에 집착할수록 쇠퇴할 가능성이 많아진다. 더구나 기업은 소비자의 심리와 기호, 문화적인 트렌드를 잘 잡아내야 하기 때문에 제도적인 요건만을 갖춘 엘리트를 뽑아서는 대중 심리와 경향을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특채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어쨌든 사무직인 바에야 드라마 '신입사원'의 전무이사가 내세우는 주장이 심정적으로 이해가 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요건에 상관없이 능력 있는 자를 뽑겠다는 이야기다.
물론 드라마에서 과연 강호가 능력 있는 젊은이일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감성적인 부분, 어려운 사람들의 처지와 심정을 잘 알고 배려할줄 안다는 점은 분명 인정해야 한다.
여기에 다른 역설이 또 존재한다. 기업이란 서민들의 심정에 호소해서 끊임없이 물건을 팔고 이윤을 내야한다는 점이다. 감성에 호소해서 쓸데없는 소비를 하도록 잘 부추길수록 능력 있는 이가 되는 게 기업 생리이다.
드라마 '신입사원'에서는 이러한 채용의 역설과 그에 얽힌 대중의 욕구가 중심은 아닌 듯 싶다. 취업 환타지와 현실의 경계에서 아직은 유쾌와 진지를 버무리려는 느낌이 든다. 에릭이 과연 어떻게 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KBS 드라마 '오!필승 봉순영'의 오필승이 굴지의 회사에 갔다가 결국 자신의 틀 거리로 다시 되돌아오는 것처럼 될지, 아니면 LK에서 현실에서 못 다 이루는 환타지를 대신 이루어 줄지. 후자라면 환타지는 환타지 일뿐이라는 사실만 알고 보면 될 것이다.
황당한 환타지가 아니라 이땅의 젊은이들이 가진 한을 풀어주는 환타지 요소라면 여러가지 함의를 줄 듯싶다. 제도적 요건에 상관없이 능력과 잠재력 있는 이들을 뽑는 기업문화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불행하게도 드라마는 언제나 그렇게 스쳐 지나가기만 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글·김헌식(문화비평가)
하지만 여러 가지 우연과 미묘한 조직 심리에 힘입어 LK라는 세계적인 기업에 합격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LK가 엄청난 기업이라는 바람잡이가 이루어진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기업에 변변하게 내세울 것이 없는 이가 합격한다는 것, 현실을 고려한다면 이것은 하나의 환타지에 가깝다. 누구나 바라는 일이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드라마의 기획 전략중 하나는 갈수록 굳어져가는 한국의 신분 구조와 취업난의 반영이었을 듯싶다.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대중심리를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 핵심은 환타지와 현실을 구분할 수 있으면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신입사원'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기업 인력 채용과 운영의 딜레마를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주기도 한다.
잠시 딱딱한 이야기를 해야 '신입사원'의 의미와 맥락이 닿을 듯 싶다. 기업 인력 운용에는 두 가지 딜레마가 있다. 초창기에는 개인의 능력이나 개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사업이 풀리고 조직이 커지면 개인의 능력이나 개성보다는 조직 관계가 중요해진다.
따라서 창의성과 능력 있는 이들은 제 기량을 펼치기 힘들어진다. 그런 사람들이 하나둘씩 떨어져나간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도 일어난다. 갈수록 기업은 창의성 있는 사업이나 프로젝트에 목말라 하고 조직은 삐걱거린다.
그래서 필요한 게 능력 있는 새로운 인력을 뽑는 채용이다. 그런데 기업이 번창하고 이름이 높을수록 경쟁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사람이 많이 몰려들면 아무나 뽑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좋은 사람을 뽑는다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떨어뜨려야 한다. 그래서 시험이 등장한다. 대개 서류전형-필기-면접 순이고 때에 따라서는 현장 실습이나 수습기간을 두어서 최종합격자를 가린다.
여기에서 제도적인 역설이 나타난다. 사람의 능력을 몇 가지 잣대로 분별하고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현재의 수준이 아니라 잠재적인 역량까지 알아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채용 시험은 객관적인 기준으로, 누가 보아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문제를 내거나 기준으로 가려야 한다. 그러다보니 학력, 학교성적, 어학시험 점수, 자격증과 같은 객관적인 것들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필기 시험이라는 것도 결국에는 단편적인 정보, 상식이나 기존의 지식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답이 명확해야 점수를 매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은 불확실성 속의 생산적 경영, 기업 이윤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을 위해 지원자들은 청춘의 대부분을 소비한다. 즉 주객이 전도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시험의 역설, 패러독스이다. 애지중지하는 것은 정작 중요한 경영 마인드나 프론티어, 창의성이 아니라 시험 통과 요건이 된다.
이것만을 위해 아까운 시간들을 낭비하고, 기업은 기업대로 좋은 사람들은 뽑지 못한다. '신입사원'의 에릭은 이러한 통과를 위한 제도적인 요소와 거리가 멀다.
현실에서 제도적인 통과 요건에 걸려 결국 창의력과 잠재력이 있는 사람들이 들어가 보지도 못하는 것이다. 학점이나 어학, 학벌을 빼고 맞장을 뜨자면 얼마든지 뜰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 못하니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의 한이 되었다. 드라마가 현실의 대리충족 기능을 한다면 이러한 한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결국 모두 서로 손해를 보는 불행한 일이 벌어진다. 기업에서 신입을 뽑기 위한 제도적인 요건에 집착할수록 쇠퇴할 가능성이 많아진다. 더구나 기업은 소비자의 심리와 기호, 문화적인 트렌드를 잘 잡아내야 하기 때문에 제도적인 요건만을 갖춘 엘리트를 뽑아서는 대중 심리와 경향을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특채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어쨌든 사무직인 바에야 드라마 '신입사원'의 전무이사가 내세우는 주장이 심정적으로 이해가 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요건에 상관없이 능력 있는 자를 뽑겠다는 이야기다.
물론 드라마에서 과연 강호가 능력 있는 젊은이일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감성적인 부분, 어려운 사람들의 처지와 심정을 잘 알고 배려할줄 안다는 점은 분명 인정해야 한다.
여기에 다른 역설이 또 존재한다. 기업이란 서민들의 심정에 호소해서 끊임없이 물건을 팔고 이윤을 내야한다는 점이다. 감성에 호소해서 쓸데없는 소비를 하도록 잘 부추길수록 능력 있는 이가 되는 게 기업 생리이다.
드라마 '신입사원'에서는 이러한 채용의 역설과 그에 얽힌 대중의 욕구가 중심은 아닌 듯 싶다. 취업 환타지와 현실의 경계에서 아직은 유쾌와 진지를 버무리려는 느낌이 든다. 에릭이 과연 어떻게 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KBS 드라마 '오!필승 봉순영'의 오필승이 굴지의 회사에 갔다가 결국 자신의 틀 거리로 다시 되돌아오는 것처럼 될지, 아니면 LK에서 현실에서 못 다 이루는 환타지를 대신 이루어 줄지. 후자라면 환타지는 환타지 일뿐이라는 사실만 알고 보면 될 것이다.
황당한 환타지가 아니라 이땅의 젊은이들이 가진 한을 풀어주는 환타지 요소라면 여러가지 함의를 줄 듯싶다. 제도적 요건에 상관없이 능력과 잠재력 있는 이들을 뽑는 기업문화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불행하게도 드라마는 언제나 그렇게 스쳐 지나가기만 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글·김헌식(문화비평가)
'좋은기사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감동적인 사랑의 태국 CF (0) | 2010.11.20 |
|---|---|
| 영재들아, 제발 IT로 오지마라 (0) | 2010.11.20 |
| 1등 기업이 망하는 진짜 이유 (0) | 2010.11.20 |
| 헤럴드경제 - 삼성맨이면 만사 ok? (0) | 2010.11.20 |
| DMB가 뭐예요… '10대 궁금증' 문답풀이 (0) | 2010.11.20 |
댓글()







